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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문고 읽기

박인환 시집 -박인환 [범우문고읽기036]

by 최용우 2023. 1. 27.

[범우문고읽기036] 박인환 시집 -박인환

[최용우책1033]

 

<독서일기>

박인희 라는 가수가 부른 <목마와 숙녀>라는 노래가 기억난다, 청년때 시를 베껴쓰는 열쇠달린 노트 종류가 많았었는데, 그런 노트의 뒷표지에 <목마와 숙녀>라는 시가 손글씨로 많이 적혀 있었다. 잘 아는 것은 아닌데 익숙한 이름의 시인이다. 이 시집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시 모음이다. 그는 31세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최용우

 

<책소개>

박인환의 시 세계는 로맨티시즘에 전적으로 내 맡기면서도 감각은 극히 현대적이요 인생파적인 관념에 접근되어 있다. 그리고 삶의 고뇌와 모순을 이미지로 제시하기보다는 감성과 은유를 통해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그의 시들을 감미하면서 그가 추구하는 모더니즘을 이해한다면 한결 그와 가까이 느낌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저자>

박인환은 1930년대 김기림, 김광균을 중심으로 한 모더니즘을 계승한 1950년대 후기 모더니즘의 대표적 시인이다. 후기 모더니즘은 김수영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이념적 중심이나 이론 체계가 없어 1930년대 모더니즘의 발전적 계승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1950년대 전후의 황폐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청록파적 경향에 반발하여 전통적 서정 세계를 부정하고 새로운 모색을 꾀했다는 의의가 있다.

 

<목차>

- 박인환론

1. 목마와 숙녀

2. 아메리카 시초(詩抄)

3. 영원한 서장(序章)

4. 사랑의 포물선

- 연보

 

<내용>

 

木馬와 淑女        -박인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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