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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우 독서일기

[468번째] 이십사절기 빛 그림 - 자연이 그린 색과 무늬

by 최용우 2023. 8. 11.

이십사절기 빛 그림 - 자연이 그린 색과 무늬 

장응복 (지은이)안그라픽스2023-03-21

세종도서관 대출

 

<독서일기>

24절기에 관련된 책을 찾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다. 이 예쁜 책은 단숨에 만들어진 책이 아니고 디자이너 장응복이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을 눈여겨 보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24절기를 따라 각 절기마다 고유한 색을 추출해 일정한 패턴을 만든 작품집이다.

절기는 그저 계절을 세분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정한 리듬을 갖춘 흐름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이 흐름을 잘 탈 줄 알아야 한다. 날씨가 풀어질 때가 있고, 날씨가 더울 때가 있고, 날씨가 오무려지는 때가 있고, 날씨가 추운 때가 있다. 땅에서 농사를 짓는 삶을 살았던 옛 사람들은 특히 절기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살았던 사람들이다.

 콘크리이트나 아스팔트로 덮여있는 땅 위에서 인공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에 겨울에는 뜨거운 난방에 계절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즉, 흐름을 거스르며 살아간다. 그러니 원인을 알 수 없는 온갖 질병들이 생겨나 병원이 문전성시이다.

이 책은 미술 작품의 도록 같은 책이다. 페이지마다 담겨있는 아름다운 작품을 보는 눈요기의 즐거움이 매우 크다. 각 절기를 소개하는 글도 너무 공감이 간다. 그래서 그 부분만 전부 타이핑을 했다.

“자연에서 얻은 소중한 자원에서 비롯된. 지극히 천부적인 아름다움의 발굴이었다.”(뒷표지에서) ⓒ최용우 

 

<책소개>

모노콜렉션의 대표이자 한국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이너로 널리 알려진 장응복의 작업물을 모은 작품집이다. 저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많은 시간을 도심에서 바쁘게 보냈고, 도시 환경 속에서 소모된 몸과 마음은 결국 자연을 찾았다.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는 대신 천천히 걸었다. 24절기와 특히 밀접한 농부의 삶을 배우며 흙바닥을 밟았다. 우주의 생명력과 계절마다 변화하는 빛을 몸으로 온전히 느꼈다.

그 과정에서 기록한 자연의 시각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색’을 추출해 색상판(컬러 팔레트)을 만들었다. “자연에서 얻은 소중한 자원에서 비롯된, 지극히 천부적인 아름다움의 발굴이었다.” 그리고 시각적 이미지와 색상판에 의미와 상징을 담은 패턴, 즉 ‘무늬’를 배치했다. 이를 1년의 24절기로 나누고, 각 절기를 다시 세 마디 질감으로 나눠 72묶음을 이루었다.

저자의 말에 따라 “자연의 리듬과 패턴을 체계적으로 설계”한 만큼, 텍스타일 분야의 학생이나 연구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 삶을 풍요로이 충족시키고, 현대인의 지친 몸과 마음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오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장응복의 작업물로 가득한 이 책은 그 자체로 ‘길상’을 품었다고도 할 수 있다.

 

1.입춘 2월 4일경 한 해가 시작되는 첫 번째 절기로 '하늘의 봄'이라고도 하는 입춘. 대문이나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 다경建陽多慶이 쓰인 입춘첩立春帖을 붙여 봄기운을 한껏 집에 맞아들인 다. 이때를 기점으로 땅위에 훈훈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동풍이 불어와 얼음이 녹는 시기지만, 아직은 김장독이 깨질 만큼 춥다. 농부는 거름을 준비하고 땅을 만들며, 종자가 잘 뿌리내리도록 손질한다.

 

2.우수 2월 18일경 우수는 빗물이라는 뜻이다. 이 빗물은 눈과 서리가 녹아든 봄비며, 지열이 오른 덕에 언 땅에서 녹아내린 물이기도 하다. 우수 삼후에는 초목이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물을 빨 아들여 싹을 틔우니, 이 시기가 한해 동안 초목을 지탱하는 근원이 된다. 우수 입기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고, 남해는 동백이 한창이라 처연하게 떨구는 붉은빛이 황홀하다. 정월장이 으뜸이라 해서 정월중에 장을 담그기도 적기다.

 

3.경칩 3월 5일경 하늘에 천둥·번개가 쳐 동면하는 생물들이 깨어난다. 봄의 양기가 땅속 깊은 곳에서 점차 지면으로 향하고, 이런 양기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때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받아 마시는 지방도 있다고 한다. 꽃샘추위가 찾아와 늦서리가 내리기도 하니 아직은 완연한 봄이라고 할수 없다. 섣불리 파종하거나 모종을 했다가는 얼어 죽기 십상이다.

 

4.춘분 3월 20일경 밤낮의 길이가 똑같아진다. 남쪽에서 제비가 날아오고, 만물이 소생해 여기저기 새싹이 돋아난다. 거리에 삼삼오오 봄나들이를 나선 사람들이 보인다. 역시나 꽃샘추위로 일찌감치 장롱에 넣어둔 겨울옷을 다시 꺼내기도 한다. 농번기의 시작으로 농부가 바쁜 계절이다. 파종한 씨앗을 돌보고, 다년생 싹들이 움트니 밭을 준비하며 올해 농사를 꼼꼼히 계획한다.

 

5.청명 4월 4일경 완연한 봄의 절기로 · 한식이나 식목일과 겹칠 때가 많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고 했다. 산천에는 개나리며 진달래며 벚꽃이 피어나고 교외는 꽃구경하는 인파로 북 적거린다. 대지의 가임기라고도 불리는 본격적인 농사철인 만큼 농부는 파종하느라 분주해진다. 집에는 묘목이나 식물들의 모종을 심는다.

 

6.곡우 4월 20일경 사실 가뭄이 심한 기간으로. 곡우라는 이름은 농부들이 비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지은 것이다. 겨울에 태어난 아기소는 훌쩍 자라고 추위를 잘 버틴 고라니 새끼들은 어미와 들녘을 오간다. 온갖 꽃이 만발하니 밖으로 나돌게 되겠지만, 이시기에 한해의 골격이 형성되기에 지금까지 해온 일을 응축해야 한다. 농부는 지난해 거둬들인 볍씨를 옹골지게 담가 준비하고 가을에 저장해둔 비료를 대지에 뿌려 땅의 힘을 키운다. 지속 가능한 우리의 삶을 위해 땅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7.입하 5월 5일경 양력 5월이 오면 모내기하는 논에 학들이 모여든다. 땅에서 부화한 지렁이가 유기물을 만드는 동안 밭이랑과 텃밭의 물가에는 개구리가 폴짝거린다. 어린잎은 어느덧 초록이 짙어지고, 벌과 나비를 부르는 꽃이 만개했던 나무에는 콩알만 한 과실이 맺혀 농부는 열매를 솎아주고 멀칭을 시작 한다. 지나가는 비에 젖은 신록은 다가올 더위를 예견하게 하니 자연스레 냉면이나 빙수를 찾게 된다. 남은 절기에 할일들을 다시 되짚어 보며, 자칫 허해지기 쉬운 몸과 마음의 양기를 균형 있게 보살펴야 한다.

 

8.소만 5월 21일경 예전 같으면 보릿고개가 찾아오던 시기다. 남쪽에서는 보리를 베고 이른 모내기를 한다. 채소밭에는 온갖 허브가 꽃을 피우고 양기를 발산한다. 고수, 차이브, 엉겅퀴, 타라곤, 타임, 오레가노, 딜, 펜넬, 금잔화, 박하, 한련화, 루피너스, 카모마일, 톱풀등이 솟아나고 쪽은 어느덧 모양을 잡을 만큼 자라났다. 소만에는 부엌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데, 나는 염색하는 빛깔부엌신에게 제사를 지내야 할것 같다.

 

9.망종 6월 5일경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쌀농사가 시작된다. 밭에 감자 모종을 심는 사이 연밭에 연잎이 불어났다. 논에는 학들이 유유히 노닐고 길가에는 들꽃이 춤을 춘다. 밭에는 작물보다 잡초가 더 빨리 자란다. 아직은 날씨가 크게 덥지 않으니 친구들을 초대해서 마당에 차양을 치고 이른 막걸리 파티를 연다. 더위가 더 기승을 부리기 전에 올해 초에 계획하고 벌인 일들을 재정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10.하지 6월 21일경 1년 중 태양이 가장 길게 드리우는 하지. 양기가 충천해 더위가 시작된다. 예로부터 하지에는 부채를, 동지에는 달력을 주고받았다. 채소밭에 잡초가 자라니 성장점을 잘라 멀칭을 해줘야 한다. 제법 빠르게 번식하는 잎채소들은 장아찌나 오일허브를 만들어 저장을 시작한다. 쪽은 벌써 우뚝 자라 생쪽염을 한번 해주기도 한다. 장마를 앞두고 애써 키운 농작물을 낭비할까 봐 농부의 일손이 바빠 진다.

 

11.소서 7월 7일경 장마가 시작되어 고온 다습하니 이제 부터 습기와의 전쟁이다. 벼도 농작 물도 자고 일어나면 몰라보게 커진다. 습지에 연잎이 무성하게 불어나고 연꽃이 우아하게 꽃대를 올려 자태를 드러낸다. 더위에 몸이 허하지 않도록 잘 다스려야 한다. 여름 열매와 채소는 하지에 만들어놓은 가공물들을 활용해 저장하면 1년 동안 유용 하게 쓰인다. 병충해가 심해 농작물 에 피해가 많으니 벌레 타워를 만들어 관리한다.

 

12.대서 7월 22일경 지리한 장마가 오래도록 지속되니 지치기도 하고, 무엇보다 습기가 어렵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더위를 피해 보면 좋겠다. 풍수가 좋은 가까운 산천을 찾아가거나, 평소 하고 싶었던 일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피서가 된다. 염색을 하는 내게는 니람泥藍을 만들 적기다. 쪽 수확과 발효, 생쪽염에 무엇보다 정진한다. 노동을 통한 수확의 기쁨도 누릴 수 있지만, 그 시간을 통해 자연을 받아들이고 동화되는 시간이 보람 있다.

 

13.입추 8월 7일경 입추라고 해도 아직 여름의 기세는 여전하다. 긴 장마 끝에 밭은 잡초로 무성해졌다. 이제부터는 풍작을 위해 가물기만 바라며 논의 물을 빼기 시작한다. 습기 가득한 대지는 왕성했 던 생장을 서서히 멈추고 성숙의 시기를 맞이한다. 숲속의 양기가 땅으로 녹아들어 짙푸른 나뭇잎은 처연한 아침 햇살에 하늘로 날아오른다. 김장을 준비하며 무와 배추 모종을 심고, 다음해 농사를 위한 씨받이를 한다. 무리 지어 전깃줄에 모여 앉은 제비는 벌써 강남 갈 채비를 한다.

 

14.처서 8월 23일경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 더위가 그치고 열매가 숙성하지만 아직도 몸은 여름에 머물러 있으니, 산만한 기운을 정리하고 다가오는 쓸쓸한 계절을 맞이해야 한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시원하며 칠석, 백중, 추석까지 명절이 이어진다. 무엇을 어떻게 추진하며 살아왔는지 돌아보고 풍요로운 결실을 보도록 준비한다. 아낙들은 무와 배추 모종을 옮기고, 자고 나면 늘어나는 채소밭의 호박, 가지, 오이를 나누느라 부산하다. 길가에 설익은 밤송이가 떨어진다. 논의 벼에 쌀알이 열리는게 보인다.

 

15.백로 9월 7일경 산천에 바람이 부니 청량한 샘물 같은 하늘에 구름이 흘러간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풀벌레 소리가 아름 답다. 나뭇잎은 생기를 잃어가고 풀들은 이미 종족을 보존하고자 씨앗을 맺었다. 만물이 성장을 멈추고 조용히 대지 위로 맺히는 이슬을 흠뻑 머금으면 오곡백과에 제맛이 깊이 든다. 따가운 가을 햇볕을 맞아 곡식이 익어가는 동안 집마다 야채를 말리며 겨우살이 준비로 분주하다. 마을 사람들은 주렁주렁 열린 호박, 가지, 고추 등 가을 열매와 함께 정을 나눈다.

 

16.추분 9월 22일경 춘분처럼 밤과 낮이 같아지는 날이다. 노을 질 무렵 땅거미가 내리고 문득 낮이 짧아진 걸 확연히 느낀다. 길에 돗자리를 펴고 떡갈나무와 상수리 나무가 떨군 도토리를 말려 묵 가루 로 만든다. 밤과 대추도 익어 들로 산으로 다니는 곳마다 들국화가 흐드러 지게 피어났다. 달이 차오르는 밤에는 저마다 모여 동네 어귀로 달맞이를 나간다. 청명한 날에 비는 더 이상 반갑지 않다. 논에는 벼가 익어 수확이 시작되면 수리조합마다 탈곡기 소리가 요란하다. 볏짚은 대지로 돌아가 땅속 미생물의 겨울 이불이, 또한 온갖 발효 음식의 겨울옷이 되어주어 순환을 이어간다.

 

17.한로 10월 8일경 풀벌레 소리 잠잠하며 국화꽃이 만발 하고, 먹거리가 익어가는 논밭에 가을걷이와 씨앗 갈무리가 바빠진다. 높다란 밤하늘 위로 기러기가 돌아왔노라며 떼지어 반가운 인사를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이런 절기의 현상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만은 않다. 건설 바람이 불어 산천이 훼손되어 간다. 논에 흙을 붓고 천을 파헤치면 새들은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벌과 나비가 사라지고 종자는 마른다. 우리는 과도한 욕심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것이다. 그저 누리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기를 바라는 만큼 걱정도 커지는 절기다.

 

18.상강 10월 23일경 단풍이 절정이다.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 서리가 내린다. 초목은 생장을 멈추지만 감나무에는 남은 감이 풍선처럼 매달려 있고, 떨어는 낙엽 사이로 겨울의 씨앗을 맺은 붉은 열매들이 보인다. 처서에 모종을 옮긴 무가 흙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배추는 속이 차올라 밭이 그득해진다. 붉은 고추와 생강은 수확해서 김장을 준비한다. 우울해지기 쉬운 계절이지만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야 한다. 올해의 결실을 알차게 갈무리하며 기운 을 낸다.

 

19.입동 11월 7일경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며 사뭇 날씨가 차가워지고 새벽녘 안개가 잦아진다. 운무 드리운 들녘에 못자리가 카펫처럼 무늬를 만들어냈다. 행진하듯 안개 속으로 높이 날아오른 기러기 무 리가 소리 내어 계절을 알린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 기슭은 저마다 날아드는 새떼로 잔칫날처럼 소란하다. 추수를 마치고 노을 지면 마당에 마른 가지 지펴 훈기를 불러놓고 남은 씨앗 갈무리도 한다. 이웃들과 허허실실 모여 막걸리나 따듯한 호박죽 이라도 나누며 한가해진 몸과 쓸쓸한 마음을 달랜다. 치계미雉?米라고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대접하는 풍습도 남아 있다.

 

20.소설 11월 22일경 손돌바람이 불어 쌀쌀하다. 첫눈이 내리고 얼음이 살포시 언다. 천기는 상승하고 지기는 하강해 하늘과 땅이 서로 소통할 수 없으니, 천지 사이를 오가는 기운이 닫히고 막혀 겨울을 이룬다. 식물은 양분을 뿌리에 집중시키고 동물은 겨울잠을 자는 식으로 기운을 보존한다. 음기를 기르는 것은 응축된 씨앗을 만드는 일과 같다. 겨우내 먹을 발효 음식을 준비하며 갖가지 김치를 담근다.

 

21.대설 12월 7일경 얼음이 더욱 단단해지고 갈라진 대지 틈으로 눈이 내려 씨앗을 따뜻하게 감싼다. 진안에서 옹기를 굽는 이현배 선생의 말씀이 요즘은 길이 닦여 예전처럼 '갇히는 맛'이 없다고 하셨 다. 비록 눈이 내리면 오도 가도 못하지만, 집 안에서 창밖의 설경을 바라 보며 아늑하게 갇히는 맛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추운 이북이 고향인 아버지는 어린 시절 얼음이 둥둥 뜬 김치말이를 집에서 즐기셨다고 한다. 우리는 살얼음이 어석거리는 식혜를 간식으로 먹으며 어머니가 읽어주시는 동화 이야기를 들었다. 긴 겨울밤 아늑하게 갇히는 맛의 기억이다.

 

22.동지 12월 21일경 가장 밤이 긴 날이자 겨울이 따뜻해지는 출발점이다. 이 날부터 밤이 조금씩 짧아지고 그만큼 낮이 조금씩 길어진다. 동지책력冬至冊?'은 1년 동안 일상생활에서 해도 좋은 일과 하면 좋지 않은 일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부녀자들이 시댁 식구에게 선물하는 새신과 버선은 해가 길어지는 만큼 점점 길어지는 그림자를 밟으며 장수하기를 기원하는 의미였다. 또한 화수분 같은 풍요로움을 상징하여 재앙을 쫓는다는 무술적 믿음이 있었다. 동지팥죽의 주재료인 팔은 신장의 기능을 활성화해 기력을 보하는 효능이 있다.

 

23.소한 1월 5일경 소한에 얼어 죽는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논밭의 눈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매서운 한기를 내뿜는다. 논두렁의 기러기가 떼지어 먹이를 구하다가도 얼어붙은 들판 위로 날아오르는 순간은 참으로 경이롭다. 힘찬 날갯짓이 장엄한 소리를 내며 장막을 거두는 듯하다. 겨울밤이 더욱 길게 느껴지는 시기지만, 추워도 활기가 느껴지는 건 이 혹한을 조금만 버티면 봄이 오기 때문일 것이다.

 

24.대한 20일경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한해 계획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자기만의 리듬으로 다가오는 새해를 계획하는 시기다. 1년 중 제일 추운 날일 것같은 이름이지만, 우리나라는 소한이 가장 춥고 대한은 오히려 푸근하다.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까지 약 일주일 사이를 신구간新舊間이라 해서, 때는 이사나 집수리를 비롯한 집안 손질과 행사를 해도 큰탈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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