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즘 눈에 띄는 책

책 읽는 삶 -cs 루이스

by 최용우 2021. 7. 25.


“훌륭한 문학을 읽으면 나는 천의 인물이 되면서도 여전히 나로 남아 있다. 그리스 시에 나오는 밤하늘처럼 나는 무수한 눈으로 보지만, 보는 주체는 여전히 나다. 예배할 때나 사랑할 때, 또 도덕적 행위를 할 때나 지식을 얻는 순간처럼, 독서를 통해서도 나는 나를 초월하되 이때처럼 나 다운 때는 없다.”


‘나니아 연대기’ ‘순전한 기독교’의 작가이자 영문학자, 기독 변증가인 CS 루이스(사진)가 표현한 ‘독서의 희열’이다. 루이스는 타고나길 애서가이자 다독가였다. 열 살 때 존 밀턴의 ‘실낙원’을 읽었고 이듬해엔 성경 구절과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명구를 인용해 편지를 썼다. 10대 중반부터는 그리스어와 라틴어, 프랑스어와 독일어, 이탈리아어로 된 고전과 현대작품을 섭렵했다.

독서 습관도 남달랐다. 옥스퍼드대 보들리언 도서관을 한 번 찾을 때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를 정도로 몇 시간씩 책에 빠져들었다. 중요하다 싶은 책에는 별도의 색인도 직접 제작했다. 그의 주요 학술서에 평균 1000개의 인용구가 실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심지어 어린이 동화 ‘나니아 연대기’에도 역사 문헌과 문학작품이 반영된 부분이 100여 곳에 달한다.


책은 루이스의 대표 저작을 비롯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수필과 편지 가운데 독서를 주제로 한 글을 모은 것이다. 독서의 맛을 돋우는 비결과 양질의 책과 작가를 고르는 비법 등 그만의 독서 노하우가 낱낱이 공개돼 있다. 글쓰기를 위한 조언도 있다. “자신만의 문체를 개발하려면 본인이 하려는 말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만전을 기해 그것만 정확히 말해야 한다.” 결국 글 잘 쓰는 비결은 그가 그랬듯 ‘다독 다작 다상량’에 달렸음을 실감하게 된다.

루이스가 강조하는 주요 독서 법칙 중 하나는 ‘신서(新書) 3권에 최소 고전 1권 읽기’다. 신서와 고전 중 하나만 읽어야 한다면 후자를 택하라고 권한다. 시대마다 특유의 관점이 있어 당대의 과오를 바로잡을 수 있는 책이 필요한데 고전이 그 역할을 한다. “신서에 담긴 과오를 바로잡는 유일한 완화제는 고전이 제공하는 ‘역사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계속 쐬는 것이다.”

“좋은 동화, 특히 공상소설의 경우는 연령대와 상관없이 평생 즐길 수 있다”며 “아이들만 즐기는 동화는 부실한 동화”라는 자신만의 원칙도 피력한다. 성인도 두루 즐기는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예로 들며 “동화와 판타지를 유년기와 결부시키는 개념 자체가 편협하다”는 것이다. “명실상부한 독서가치고 인생 시간표에 맞춰 책을 읽는 사람은 없다.”

소문난 독서광 루이스의 독서 편력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을 편집한 마이클 모들린 미국 하퍼원 출판사 편집장 말처럼 “책이 곧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임을 깨닫던 어린 날의 희열”이 그리운 이들에게 권한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01716&code=23111312&sid1=mcu

반응형